2007년 12월 16일
다시 듣는... 김광석 다시 부르기 Part.3
Part.3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김광석이기에 이 정도 욕심은 부려도 되리라. 그리고 이번에는 꼭 마무리 지으리라...
김광석의 정규음반 네 장에서 김광석 본인이 직접 곡을 쓰고 가사를 붙인 노래는 채 절반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곡들 중에서 대중과 평단의 인정을 받는 곡은 많이 봐야 다섯 곡 정도다. 김광석이 쓴 곡도 나쁘지 않지만, 우수하다 라고 할 정도의 곡은 얼마 안 된다는 말이다. 반면 다른 사람의 곡을 김광석이 노래한 경우에는 대다수의 곡이 높은 완성도를 보인다. 이것은 김광석이 보컬로써의 능력은 단연 최고지만 곡을 만드는 능력에서는 탁월하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새벽이 밀어주는 스케일 큰 목소리를 가진 가수, 동물원에서 "거리에서"를 부른 사람이란 큰 관심과 기대 속에서 김광석은 1집을 내 놓게 된다. 하지만 평단과 대중 모두에게 이렇다 할 호응을 받지 못하게 되는데, 그런 1집을 살펴보니 다른 엘범 들과는 달리 열 곡 중 여섯 곡을 김광석 자신이 만든 곡으로 채워진 엘범 구성이 유독 눈에 띈다.(다른 엘범 들에서는 김광석 본인 곡의 비중이 크지 않다.) 실패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필자는 이렇게 추측해 본다. 자신만의 음악을 하고 싶었던 김광석, 그 첫 번째 음반을 만들면서 김광석은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지 않았을까? 혹은 새벽의 민중가요적 창법으로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동물원의 멜랑콜리 한 음악이 아니라,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내고, 만들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렇다 보니 남들이 주는 곡 보다는 자기 자신이 만든 노래들로 승부를 보고 싶었고, 그런 고집으로 엘범을 만들다 보니까 작곡 능력에서 남 다른 점을 보여주지 못 했던 김광석의 1집은 외면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이다. (필자의 생각이다.)
2년 후 그는 다시 2집을 우리에게 내민다. "사랑했지만"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김광석은 재기에 성공 하는데 필자가 김광석 1집의 실패 원인으로 추측했던 이유가 2집에 있다. 1집의 차기작인 2집에서는 1집과 달리 김광석의 자작곡이 연주곡으로 딱 한 곡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2집은 상업적으로 성공했다. 대중의 인기를 얻고 히트한 곡은 "사랑했지만"과 "그날들" "사랑이라는 이유로" 세 곡이지만 김광석이 그토록 찾아 해매던 그만의 음악 색깔을 찾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2집은 한국 포크사의 김광석 시대를 여는 서막이었다.
1집에서는 음악적 정체성을 찾기 위해 허우적거렸지만 결실은 없었고, 2집에 들어서야 갈피를 잡았지만 그것은 보컬리스트로써의 김광석일 뿐이었다. 3집은 김광석이 단지 보컬로써의 능력 뿐 아니라 작곡능력에서도 많은 발전을 이뤘음을 말해준다. 이것은 뮤지션으로써의 성장을 말하는데 3집에 실린 김광석의 자작곡은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행복의 문" 단 두 곡뿐이지만 1집의 그것과는 분명 다른 것이다. 1집에 실렸던 그의 자작곡도 나무랄것 없는 곡이지만 왠지 빌린 양복을 입고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3집에서의 그 두 곡으로 옷맵시가 잘 들어나는 옷을 입기 시작한 김광석에게 우리는 "이제야 너만의 스타일로 옷을 고를지 알게 됐구나"라고 칭찬해 줘야한다. 그는 음악적 정체성을 찾았던 것이다.
3집 이후 1년 뒤 "다시 부르기1"이 나온다. 어쩌면 3집과 "다시부르기1"은 뮤지션으로써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점에서 김광석에게는 의미가 있을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부리기1"은 그간의 1,2,3집과 자신이 참여했던 동물원 1,2집에서의 베스트를 뽑고, 저항가요를 부르짖던 그 시절에 자신이 좋아했던 곡 "그루터기" "광야에서"를 수록함으로써 베스트 성격이 강한 발매였다. 그리고 김광석 대표곡 중 하나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등병의 편지"를 김형석에게 받아 실었던 엘범 이기도 하다. (필자는 "다시부르기1"을 베스트 그 이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필자가 2000원 주고 리어커에서 샀다는 4집(넷(3집은 셋)... 의 의미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거기까지는 이해 못한 필자이다)이다. "일어나" "너무 깊이 생각하지마"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서른 즈음에" "혼자 남은밤" 맑고 향기롭게" "자유롭게" 같은 그 유명한 곡 들이 이 한장의 엘범에 담겨져 나왔다. 히트곡이 많은 것은 곧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이루었음을 의미이다. 하지만 필자는 4집에서 더 주의 깊게 살펴야 할 점은 김광석이 모던포크(Modern Folk)를 구사하고 있고, 또 자신의 음악 스타일로 받아 들여 그것을 부족함 없이 보여 주는 점이다. 김광석 음악에서 모던포크는 "다시부르기2"를 통해서 확고한 자리매김을 하지만, 4집은 리메이크나 트레뷰트가 아닌 김광석의 정규 엘범이고, 그 가치는 "다시부르기2"와는 또 다를 것이다.
이제 김광석을 레전드의 반열로 올려놓은 불후의 명반 "다시부르기2"에 대해서 말해보려 한다. 김광석이 내 놓은 여덟 장의 엘범 중에서 단연 최고의 음반이자 한국 모던포크사에 한 획을 긋고 앞으로도 길이길이 남아 우리들의 가슴을 적시어줄 베스트 오브 베스트 엘범 "김광석 다시 부르기2" 한국 포크롹의 대부 한대수를 비롯하여 이정선, 양병집, 김의철, 김목경 같은 모던포크계의 선구자들의 음악들을 재해석 했고, 백창우, 한동헌 같은 민중음악계 선배들의 곡, 그리고 동물원 친구 김창기, 유준열의 곡과 함께 자신의 곡 까지 총 열 한곡이 수록되어 있는 이 음반은 한국 대중음악사 초기의 곡 들을 재발견, 재해석 했다는 점에서 첫 번째 의미를 부여 할 수 있다. 서구 음악들의 무분별한 수용(서구음악 따라 하기에 급급했던...)과 군사정권의 탄압(건전가요와 금지곡 지정, 수배 등등...) 속에서 묻히고 잊혀 가던 그런 곡 들을 재발견해서 원 곡 이상의 보석으로 만들면서 재해석이란 의미와 김광석만의 깊고 깊은 음성으로 그것들을 재창조 했다는 의미는 전대미문이었고 전무후무한 업적임에 분명하다. 가히 "인생이 담겨져 있다."라고 필자는 이 음반을 평한다. 우리네 인생사가 모두 이 한 장의 음반에 담겨 있다니 놀랍고 경이롭지 않은가 말이다. 음악적으로는 모던포크를 새로이 정립하면서 그 세션에 심혈을 기울인 흔적을 한 곡 한 곡에서 느낄 수 있다. 악기 적으로 풍성하면서도 절제미가 돋보이는 세션은 모던하면서 포크적인 어쿠스틱 사운드란 이런 것이라고 우리에게 말하는 듯하다. 악기 맛을 제대로 우려내지만 김광석의 보컬에 어떠한 간섭을 하지 않는 조동익 사단의 절정미를 들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김광석의 노래이다. 자신의 음악에서 모던포크라는 장르의 절정기에 서있던 시기여서인지 이전과 같은 스케일 큰 깊고 호소력 짙은 창법은 이 음반에서 찾아 볼 수 없다. 하지만 그 보다 더 마음을 끌어당기는 다소 건조한 음성이 "다시부르기2"의 압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것은 새벽시절의 내지름에서도, "거리에서"를 부를 때의 우울한 중저음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것이다. 무덤덤하고 나지막하게 혼잣말을 내뱉고 있는듯하지만 우리는 그가 하는 마음의 말을 들을 수 있다. 바로 인생이라는 우리네가 걷고 있는 길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고 있다 라는 것을 말이다. 인생이 담겨져 있는 음반 "김광석 다시부르기2"였다.
"대학생이 되면 처음 할 일은 김광석의 공연을 보는 것"이 꿈이었던 필자는 그의 노래를 음반과 공연실황이 담겨있는 기록물로 밖에 접하지 못했다. 그가 기타 하나 메고 노래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고 인간적으로 소통했을 사람들은 정말 행복했을 것이다. 김광석이 우리 곁은 떠난 지 12년이 되는 내년에 그를 기리는 추모공연에는 그를 만나 보지도 못했던 후배 가수들이 선다고 한다. 그들도 나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비록 지금은 그가 노래하는 모습을 내 눈과 귀로 보고 듣지는 못하지만 김광석은 여전히 우리 곁에서 노래하고 있고 우리는 그의 노래에 공감하고 감동하며 눈물을 흘린다. 그가 걸어갔던 인생이라는 길을 우리도 걷고 있으니까 말이다.
[Write by-아브의 지옥]
# by | 2007/12/16 00:10 | 내가 들은 이 음악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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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초기에는 만원-만이천원, 중후기에는 만오천원-이만원 정도면 공연을 즐길 수 있었는데, 지금은 저런 공연 갈려면 얼마를 줘야 할지. 공연에서 발을 뗀 이유가 금전적 이유가 아니라 하기는 힘든 세상입니다.